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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 명문화한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 16일부터 시행

저가수주·품질저하·갑을관계 등 개선…기술력 갖춘 기업·양질의 인력 양성 기대

한국기술인협회 김선복회장

전기설계와 공사감리 용역을 타 공종과 분리해서 발주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 시행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는 건축사사무소의 협력업체, 혹은 하도급업체로 수준에 머물렀던 전기설계·감리업체들의 작업환경 및 갑·을관계 개선과 ‘제 값 받고 일하는 문화’ 정착을 통한 건강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한 김선복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회장은 ‘업계 숙원사업’이자 ‘그동안의 악순환을 끊어낼 기회’라는 말로 법의 의미를 설명했다. 본인 혼자서 한 일이 아니라 전기설계·감리업계와 협회 임직원 모두의 노력과 절실함이 만든 기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기설계·감리를 분리발주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 개정 논의를 주도해 온 입장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전력시설물의 설계·공사감리 용역은 전력기술관리법에 따라 등록한 설계·감리업자에게 발주해야 하지만 분리발주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 건설과 통합해 발주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에 협회는 현장의 저가 하도급과 설계·감리 품질저하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분리발주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력기술관리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국회와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한 결과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가장 다행스러운 점은 그동안 건축사사무소의 하도급 형태로 저가수주를 받아 업무를 수행해 온 전기설계·감리업계가 용역비 지연, 갑·을 관계, 우월적 지위에 따른 업무적 제약 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회장이기 전에 전기인의 한사람으로서 업계의 숙원 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에 대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원 및 협회 임직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간 전기인들이 겪은 애로사항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빨리 해결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그간의 어려움이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9월 동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예고됐다. 시행령에 담긴 내용과 의미를 소개한다면.

“전력기술관리법의 시작은 ‘안전’이다.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으면서 전력시설물의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전기설계·감리를 분리해서 발주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어 건설 등 타 용역과 통합발주가 이뤄져 왔다.

이번 전력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법률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분리발주의 예외 사유를 규정하기 위한 것이다. 예외 사유는 일정 규모 이하는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건축물로 바닥면적 합계 2000㎡ 미만일 때에, 특수한 경우는 국방 및 국가안보 등과 관련해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용역사업으로 한정됐다.

이는 힘겹게 국회 문턱을 넘은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 의무화 대상 중 예외의 범위가 최대한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를 설득하고 협의한 사항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협회는 법 시행 이후에도 업계의 애로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해 그 내용을 제도화 해 나가겠다.”

▶전기설계·감리 분리발주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나 예상되는 변화는.

“전기설계·감리 용역의 분리발주 명문화의 가장 큰 성과는 ‘저가수주로 인한 전력시설물 품질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 실적신고 자료를 보면 직접발주 시 설계용역은 고시금액 대비 약 95% 이상 적정 대가를 받는 데에 비해 하도급인 경우 25~50% 선에서 대가 산정이 이뤄진다. 구조적으로 하도급의 형태를 가진 통합발주는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기술과 인력,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설계·감리 업계에 양질의 인력 유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번 분리발주 시행으로 기술력과 건전성을 갖춘 업체가 직접 계약에 참여함에 따라 전력시설물 공사 현장의 안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설계 및 감리용역에 대한 적정대가 지급으로 업체의 영업수익 상승과 신규 기술인력의 유입, 전기기술인의 지위 향상 등 전기설계·감리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법 시행에 따른 적응 기간, 성장통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에 대한 해법은.

“법을 바꿨다고 해서 현장에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오는 16일부터 전기설계·감리 용역은 분리발주해야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발주처와 시장 전반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또한 전력기술관리법과 이해관계가 얽힌 타 법령도 있기에 법 시행 후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도출될 수도 있다.

예컨대 최근 개정된 정보통신공사업법만 해도 통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와 건축 등 관련업계가 모두 얽혀있는 이슈다. 이 부분은 기존 건축물의 건축설비에 대해 전기설계·감리업자가 수행해 온 영역을 인정받도록 국회·정부를 상대로 적극 대응함으로써 복합된 설비의 종류 및 해당 설비의 설계·감리용역 수행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협회 차원의 과제가 남아있다.

새로운 법 시행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협회는 분리발주 제도가 잘 뿌리내려 공공 및 민간발주처의 적응 기간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설계에서 시공, 감리까지 체계적으로 연결되는 분리발주 체계 구축으로 전력시설물의 설계·감리 품질과 현장 안전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는 교두보 역할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는 전기기술인협회가 창립 60돌을 맞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지난 60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백년대계를 위해 조언한다면.

“지난 1963년 출범한 전기기술인협회는 지난 60년간 전력산업 발전과 전기기술인 교육 훈련 및 복리 증진에 힘써 왔다. 협회와 회원 간 신뢰를 쌓고 전기인 권익 신장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협회는 업역별 법제도 개선은 물론 변화하고 있는 사회흐름에 발맞춰 나아가기 위한 디지털ARS 도입, 실습형 장비를 갖춘 최첨단 교육원 건립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기인 재난지원단 활동을 통해 전기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한 협회는 새로운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100만 전기인의 허브로써 협회를 중심으로 균형있게 단합할 수 있도록 각 업역별 화합과 협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협회 수장으로서 6년간 헌신해 왔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여러 장면들 중 3가지가 떠오른다. 첫 번째로 회원배가운동이다. 기존의 소극적인 회원 유치 방식을 탈피해 적극적으로 회원 가입을 독려한 결과 회원 13만명 시대를 열었다.

두 번째는 온라인 신고시스템과 디지털 ARS 등 대 회원 서비스를 개선한 부분이다. 회원들이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에 주력했고, 현재의 디지털 ARS를 고도화해 하반기부터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남과 호남, 충청 등 지역교육원 건립도 중요한 성과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중앙 교육관을 필두로 지난해 부산에 영남교육원을 개원했다. 올해 5월에는 광주에 호남교육원을 착공, 올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충청권에도 중부교육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다사다난했던 협회 회장의 임기가 4개월 남짓 남았다. 회장의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언제 어디서나 협회와 전기산업, 전기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 불철주야 땀 흘리며 산업현장을 지키며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전기인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김선복 회장은...

▲1958년생 ▲숭실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원 AMP과정 수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제18대·제19대 회장 ▲서전일렉스(주) 대표이사 ▲전기관련단체협의회 회장 ▲전기기술인협회 서울서시회 회장, 전국 시·도회장협의회 의장, 중앙회 이사 등 역임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