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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탄소중립 '선언' 삼성전자, 그 사연은?
본문
이미 친환경 제품 개발해왔지만 공식 '선언'이 다소 늦어
모든 전자기기 다 만들어내는 '최대 ICT 제조기업'인 탓
"삼성 제품 사용 만으로 환경 보호"
삼성전자 DS부문 친환경 경영 혁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는 송두근 DS환경안전센터장(부사장).ⓒ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 감축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한다. '선언'을 기준으로 치면 국내 4대 그룹 중 마지막 합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기업인 탓에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 미비 등으로 이제야 대열에 '공식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16일 서울 태평로빌딩 삼성기자실에서 '新환경경영전략'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송두근 환경안전센터장(DS부문) 부사장, 김형남 글로벌CS센터장(DX부문) 부사장, 김수진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 부사장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친환경 문제를 '기술'로 풀어낸다는 취지에 입각해 기술 관련 발표 위주로 진행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삼성의 환경경영 전략을 가장 크게 'DS 혁신기술'과 'DX 제품환경전략'으로 나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DS 부문에서 ▲저전력 반도체 기술 ▲용수 사용 최소화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탄소중립 도전 등으로, DX부문에서 △에너지효율 제품개발△자원순환형 소재 △폐제품 재활용 등으로 진행됐다.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기업 최초' 사업부 자체 환경안전연구소
먼저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통해 다양한 응용처의 전력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용처가 많기에 초전력 반도체를 만들면 고객 사용전력이 자연스럽게 관리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 세계 서버를 삼성의 최신 저전력 SSD 및 DDR5로 교체해 20~30% 가량의 전력을 절약할 방침이다.
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32개의 생산거점 등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반도체 클린 공정에는 전력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일일 기준 30만톤의 용수를 쓰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을 확장했다. 확장된 거점을 감당하려면 현재보다 2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2030년까지 일일 30만톤 이상을 넘어가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수를 재처리하는 방식으로 취수량을 현재와 같이 고정하겠다는 것이다.
오염물질 배출도 최소화한다. 삼성전자측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반도체 사업장은 현재 국내 법 기준의 30% 이하 수준, 사실상 10% 미만 수준으로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을 관리하고 있다. 이 역시도 2040년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 수준으로 처리해 배출할 계획이다. 온실가스도 기술 혁신을 통해 배출 제로화를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주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공정가스와 LNG 연료다. 고효율 촉매 개발과 폐열 활용 등으로 배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송두근 DS 환경안전센터장 부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관련해 "고객이 저희 제품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제품 전력이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는 저희가 몇 가지 손에 쥔 기술이 있고 추가 기술이 계속 나와야 한다. 반도체 사업부 자체적으로 '기업 최초' 환경만 연구하는 환경안전연구소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DX 부문 제품환경전략 추진과제를 소개하고 있는 김형남 DX 글로벌CS센터장 부사장.ⓒ삼성전자
초절전 제품∙자원순환 극대화…'삼성 제품 사용이 지구 환경 개선'
모바일·가전 제품 등 분야에서의 경영 과제 핵심은 '초절전'이었다. 제품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제품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술적 역량을 집중한다.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7대 전자 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스펙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할 계획이다.
김형남 DX(디바이스경험) 부문 글로벌CS센터장 부사장은 "사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매년 기술 발달이 예상과 다르고, 소비자 요구 때문에 상당히 많은 기능과 요구사항을 넣다 보면 전년 대비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진정성 있게 소비자를 위해 전력을 절감하려고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목표 수립 배경을 전했다.
삼성전자의 친환경 전략에서 스마트싱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싱스의 경우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2에서 한종희 부사장이 직접 수차례 강조한 부분이다. 김형남 부사장은 "삼성은 모든 전자기기를 만들어낸다. 이를 스마트싱스로 연결해 모두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AI 절약모드'는 월말 목표 전력사용량에 맞춰 필요할 때 알아서 절약모드를 작동시킨다. 부재중·자동 블라인드 개폐와 같은 기능도 제공한다. 해당 기술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5개국에서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해당 기술을 전 세계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을 적용하고 2030년까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를 대상으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고 다시 신제품에 적용하는 'Closed-loop'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폐제품 수거 체계를 현재 규제국 중심의 50여 개국에서 2030년 삼성전자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모든 나라인 180여 개국으로 확대한다. 김형남 부사장은 "이 부분은 사실 모든 기업들이 하는 활동이지만, 몇 % 만큼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곧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언'이 늦었을 뿐, 실제 친환경 제품 개발은 현재진행형
이날 간담회에선 삼성전자가 다소 뒤늦게 친환경 경영전략을 선언한 배경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반도체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 사업장의 경우 삼성전자 글로벌 에너지 사용량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탓이었다. 쉽게 말해 워낙 사업이 광범위해서 타 기업들의 보폭에 맞춰 '친환경'을 내세우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가 모든 전력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그 규모는 약 7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배출한 1700여만톤의 탄소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소나무 20억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으로, 차량 800만대가 운행을 중단한 효과와 맞먹는다. 역으로 바꿔 말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실제로 이미 친환경 제품 개발과 전략을 지속해서 사용해왔지만 '공식적인 선언'이 늦었을 뿐이라는 뉘앙스도 전했다. 지난 2009년 이후 2021년까지 누적 31만톤의 친환경 부품 제조를 해왔다. 특히 갤럭시 Z 폴드4 에는 폐어망 등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적용하기도 했다. 다만 전사적인 경영 차원의 '선언'과 관련해 그 필요성 여부를 두고 내부적인 검토를 오래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친환경 기술을 탑재한 제품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삼성전자 측은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협력사업을 하고 실질적으로 많이 사용되면, 가격이 (기존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부품 가격을 전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