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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사태 본질은 자원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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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본질은 자원패권경쟁, 우리도 붕괴된 자원생태계 살려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결국 자원패권경쟁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시작된 전 세계의 자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붕괴된 자원 생태계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겁니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사진>는 "지금 변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며 강한 어조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에너지·자원·식량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전 세계적인 수급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원소주기율표에 표시된 모든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3612달러에 불과해요. 러시아의 간섭 탓이죠. 그런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러시아와 함께 친화적인 국가인 폴란드를 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1만5222달러 정도로 훨씬 잘 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멀리하고 EU 쪽으로 붙고자 했던 겁니다."
그는 "자원이 풍부한 우크라이나가 EU에 붙는다는 건 곧 미국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자원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죠. 즉 그 막대한 자원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형성코자 하는 게 이번 전쟁의 핵심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자원패권전쟁인 셈이죠."
이번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금수조치 등 제재가 동맹국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 역시 이 같은 제재에 참가하면서 원료 수입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석탄 수입의 상당수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에서는 시멘트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이라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시멘트의 주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벌써 200%가 넘게 인상되면서 그 피해는 건설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최근 인도네시아나 칠레, 멕시코, 베트남 등 자원생산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장 지난 1월 석탄 수출 제재에 나섰던 인도네시아는 최근 팜유 수출을 중단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러이사-우크라이나 사태로 자원 수급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됐고, 자원생산국들은 이를 하나의 기회로 삼고 세계시장의 '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도 자원을 구매할 길이 막힐 수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전망이다.
"지난 10년 간 자원개발을 죄악시해 온 정부 정책이 지금 대가를 치르는 셈입니다. 산업계의 문제에 정치 논리를 대입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죠. MB 정부가 끝나면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비리로 엮어 모두 중단시켰고, 그게 10년째입니다. 과거 MB 정권때 우리는 해외에 7개의 구리광산을 갖고 있었어요. 그 중 2개만 남기고 이번 정부에서 전부 매각했습니다. 지금 같이 전 세계 자원 가격이 급상승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손해를 본거에요. 안정적으로 구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까지 놓친거죠. 그리고 10년 간 자원개발을 중단한 탓에 민간까지 해당 사업에서 빠져나오면서 국내에서는 관련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는 지금 자원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기능을 앞세운 자원외교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자원생산국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외교에 나서야 합니다. 자원은 국가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요. 민간이 상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해당 국가의 정부를 상대로 나서야 거래가 이뤄집니다. 어느 나라든 정부가 나서서 자원외교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우리는 10년간 '비리'라는 단어에 얽매여서 이게 멈춰버렸어요."
강 교수는 이미 우리 자원시장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만큼 정부가 자원외교를 활성화해야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무역협회나 상공회의소 등에 가면 우리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통해 어떤 원자재 수급이 시급한지 파악하고, 국가별로 정부 장·차관급 인사나 국·실장급 인사들이 규모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급하고 큰 시장에는 대통령이 나설 수 있어야죠. 이처럼 국가 대 국가로 관계를 다진 후 민간이 나머지 자원수급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정부가 민간과 국가 간 다리를 놔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와 함께 자원 분야에서 초격차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자원을 대부분 수입하는 한국이 세계 자원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강 교수의 분석이다.
"일본을 봅시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자원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국가에요.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세계 자원시장에서 우위를 가졌을까요. 기술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라는 초격차적인 배터리를 생산할 준비를 끝냈습니다. 여전히 폭발 위험이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에 얽매이는 한국과 달리 저만치 앞선 기술을 확보했다는 거죠. 고부가가치라는 말도 이젠 옛날 말이에요. 이제는 초격차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는 아무리 자원이 많다한들 기술이 위에 서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등 국가들을 대상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제공하며, 함께 자원을 개발하는 모델을 마련한다면 자원수급 이슈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 포스코가 볼리비아의 탄산리튬 개발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죠. 볼리비아는 미국과 굉장히 적대적인 국가여서, 미국과 우호적인 나라와는 함께 일하지 않는데, 우리가 기술과 자원외교를 통해 이걸 뚫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업입니다. 당시 포스코는 탄산리튬에서 칼륨을 뽑아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초격차 추출기술을 바탕으로 볼리비아와 협력할 수 있었죠. 우리가 자원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연제련 기술을 가졌죠. 충분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자원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때 모든 사태를 컨트롤했던 부처는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지잘자원연구원을 산하에 둔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였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는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구축해서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