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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사태…악재 겹친 국내 전력시장 - SMP급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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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 상승 문제 200원으로 끝 아니다…연료비 인상 장기화되면 거품 갈수록 불어나

연료비 인상 아직 다 반영 안 돼…문제 길어지면 국제유가 배럴당 125달러까지 전망

유럽서는 횡재세 통한 기업의 과도한 이윤 환수 움직임도…국내도 현실적 대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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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장갑차.(사진제공=연합뉴스)


전력구매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kWh당 하루평균 200원을 기록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이제 210원대까지 올랐다. 글로벌 연료비 인상 문제는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료비 인상이 실질적으로 SMP까지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3~5개월 가량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꼭짓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진짜 문제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을 보이며 글로벌 LNG 가격이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악재 겹친 국내 전력시장…SMP 200원은 '시작' 불과해=러시아 국영미디어인 타스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은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명의 병력을 배치, 구 소련 국가의 나토(NATO) 가입 반대 등을 요구했다. 지난 16일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군부대들이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속된 서방 국가의 우려와 교전 소식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18일 내놓은 Trade Brief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 에너지 원자재, 반도체용 희귀광물 등을 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우리기업이 제조 원가 상승, 수급 차질 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특히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제품 가운데 나프타(25.3%), 원유(24.6%), 유연탄(12.7%), 천연가스(9.9%) 등에너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최근 '러-우크라이나 긴장고조와 국내 에너지수급영향' 자료를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많게는 배럴당 125달러까지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1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 인도분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1.59달러(1.7%) 상승한 배럴당 93.66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4월물은 1.52달러(1.6%) 오른 배럴당 94.81달러로 체결됐다.


최근까지 불거진 우크라이나 불안에 WTI와 브렌트유 모두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2014년 9월 이후 최고로 오른 상태지만 이보다 25% 이상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유가의 하락은 전력거래의 기준이 되는 SMP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LNG 가격과도 연동된다.


지난해 전 세계적 수급 불안정 문제로 인해 천장을 모르고 치솟은 연료비가 SMP 급등으로 이어졌다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라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특히 EU 국가들은 천연가스 공급의 30%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천연가스 수입의 50% 정도를 러시아가 공급하면서 의존도가 높다. LNG 가격 급등 문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 하루평균 SMP는 kWh당 70~80원 정도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SMP가 3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반면 2020년 대비 전기요금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1월 연료비연동제 도입으로 2020년 대비 kWh 당 전기요금이 3원 인하된 데 이어, 4분기에 3원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한전이 2년 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비싼 금액에 전력을 구매했지만 소매요금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올해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심지어 최근 SMP는 정부가 최대한 인상을 억누른 가격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급등한 연료비로 인한 전력구매비 인상을 막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제약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LNG 대비 가격이 저렴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통해 요금 인상을 막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원대의 SMP를 최근 기록하면서 전력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대책 마련 시급…유럽서는 추가 이윤 환수 움직임도= 전력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인 LNG 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전을 비롯해 전력당국은 도매요금을 결정하는 SMP가 급등할 것에 대비해 정부는 2013년 연성 정산상한가격(Soft Price Cap)제도를 도입, SMP 폭등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연료비 상승에 의한 SMP 상승이 아닌 전력 부족 문제로 인해 소규모 열병합발전기가 SMP를 결정하는 이상 급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전기요금을 지나치게 인상하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 원가를 그대로 연동한다면 전기요금으로 인한 국민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경연은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고유가 지속시 국제 LNG 가격이 장기적으로 고공행진할 경우 LNG 발전 비중을 하향 조정하는 등 타 발전원의 가동률을 한시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원자력, 석탄 등 가동률을 국내 LNG 재고상황과 계절적 전력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탄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억누름으로써 한전에만 부담을 지우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함으로써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같이 전기요금 관련 정부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매시장의 가격 인상으로 과도한 수익을 가져가는 민간 발전사에 대한 이윤 환수 문제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이는 이미 유럽에서도 연료비가 급등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움직임이다.


에경연이 지난 14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유럽 내 석유·가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초과이익 환수 움직임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노동당은 초과이윤을 기록한 에너지기업에 '횡재세(Windfall tax)'를 한시적으로 부과할 것을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도 지난해 LNG 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 가격이 상승하면서 막대한 이윤을 기록한 재생에너지 기업들에게 횡재세 부과를 시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들은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력을 철저하게 시장에 맡기고 있는 유럽에서 횡재세 등을 통해 가격 이슈에 접근한다는 것은 우발적인 연료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의 초과 이윤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트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제도를 논의하기 위해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의 수익을 과도한 이윤으로 볼 것인지, 정부가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해야 할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유럽과 달리 발전사업자들이 경쟁에 의해 시장에 들어온 게 아니지 않나. 경쟁에 의해 이윤을 가져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발전사나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과도한 초과 이윤 환수도 조심스럽게 의논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