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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모듈·인버터, AS만 되면 누가 팔아도 OK?

해외 직구시 보관비와 유통비 절감…“국내 기업들 불리해”

    게시 : 2021년 12월 23일(목) 10:32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현장 조감도(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해외에서 수입되는 태양광설비는 인증받은 수입자만 팔 수 있을까?”

태양광설비의 KS인증 규정을 두고 업계와 에너지공단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2일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인버터 및 모듈을 제조하는 외국기업이 국내 수입사를 거치지 않고 직구 형태로 다른 업체에 판매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국내 수입사들이 재고를 두지 않아 직구가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설비 KS인증업무규정’ 제37조 3항 9호에서는 ‘국내 수입자와 공동으로 인증을 받은 해외제조자가 해당 수입자가 아닌 타 수입자를 통해 인증제품으로 판매 및 설치토록 한 경우’ KS인증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외 제조사가 국내에서 KS인증을 받고 물건을 판매할 경우 국내에 정식 수입사를 두고 공동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며, 제품 또한 정식 수입사만 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외국기업의 직구 판매가 규정에서 말하는 ‘국내 수입사’를 거치는 것이 아닌 만큼 제37조를 어긴 인증취소 사례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국내 수입사에 제품 구매를 문의했는데 자연스럽게 해외 본사로 연결됐다”며 “해외 본사에서 KS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하면 국내의 정식 수입사가 이를 보장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 절차가 이상해 규정 위반 사례에 해당하는지 법률자문을 받았더니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S인증을 관리하는 에너지공단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애당초 해당 규정 자체가 수입되는 제품의 추적 및 관리와 소비자의 AS를 보장하기 위해 국내 수입사를 두게 하는 것인 만큼 해외 제조사가 직접 물건을 판매한 제품을 국내 수입사가 관리한다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제품 자체도 KS인증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국내 수입사가 AS를 보장하고 있다면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대로라면 피해를 입게 될 국내 수입사가 항의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직구가 이어질 경우 여러 부분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로 국내 수입사들이 영업 사원만 두고 실질적인 판매를 해외 본사가 진행할 경우 국내 수입사의 실제 매출은 거의 잡히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매출 규모에 따라 국내 수입사가 우리나라에 내야 할 세금이 모두 본사가 있는 외국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의 경우 비관세 품목으로 모든 판매수입이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불공정 경쟁을 해야 하는 부분도 발생하게 된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나 부지 등을 두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모두 제품 최종가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외 직구의 경우 국내에 제고를 따로 두지 않고 유통도 간소화되는 만큼 해외 업체들이 가격 측면에서 국내 태양광설비 제조기업들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법을 FM대로 적용하지 않는다면 해외 업체들의 국내 진입이 더욱 수월하게 되고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업체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공정경쟁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국산제품 보급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업계 입장에서 반길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국내 수입사가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며 AS를 거부할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해외 기업들이 편법으로 원가를 줄이는 데 규정이 활용되는 게 묵인되는 것은 유감스럽고 지탄받아야 할 일로 소비자와 국내 기업 모두에게 피해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