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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빌미로 재생E 시장 교란하는 한전…서남해 해상풍력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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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은 400MW 그쳐…3단계 민간 경쟁 물량에서 끌어와 사업 추진

지자체는 계통 연계 편의 기대…민간 사업자는 생태계 파괴 행위 지적

게시 : 2020년 11월 03일(화) 14:00


한전의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사업 참여가 최근 민관협의회에서 결정되면서 업계는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한전의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사업 참여가 확정됐다. 업계는 한전이 민간 풍력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최된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민관협의회는 당초 한국해상풍력이 주관하기로 한 사업에 한전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총 1.2GW 수준으로 추진될 이번 2단계 사업은 한해풍이 당초 계획된 400MW를, 한전이 새롭게 800MW를 담당하게 된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 허가를 골자로 발의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만큼 한전이 직접 사업을 추진할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한전의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사업 참여를 두고 업계는 한전이 민간 풍력 시장의 성장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일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이미 진행된 1단계 실증단지(60MW) 사업에 이어 2단계 시범단지(400MW) 조성, 3단계 확산사업(2GW)으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중 1, 2단계 사업은 한해풍이, 3단계 사업은 민간이 경쟁입찰을 통해 수행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전이 3단계에서 수행할 2GW 중 800MW를 단독으로 앞당겨 수행함으로써 민간의 사업영역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찰과정도 거치지 않고 한전이 단독으로 800MW를 독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할 지자체 등에서는 한전의 이번 사업 참여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한전의 사업 참여 역시 관할 지자체인 전북도청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통 연계 측면에서 편의를 높이기 위해 민관협의체 회의 전에 양 측의 사전 논의가 있었다는 것.


해상풍력단지가 대규모로 건설되더라도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육송할 수 있는 계통연계가 반드시 따라와야만 하기 때문이다. 최근 계통연계 지연 문제가 재생에너지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한전이 사업에 직접 뛰어들 경우 계통 연계 부분에서 한층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북도청은 한전이 이번 사업 참여 확정과 함께 총 1조원 수준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계통보강의 선투자 등 적극적인 계통 연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이 같은 내용을 두고 한전이 한 손에 쥔 계통 권한을 빌미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에 한전이 늘어나는 재생에너지 설비 대비 계통보강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계통연계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오히려 계통연계 편의를 빌미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우월적인 위치를 남용한 생태계 파괴 행위라는 것.


한전은 이미 지난 2016년 한수원을 비롯한 5개 발전자회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켑코솔라(前 햇빛새싹발전소)’ 설립 과정에서도 업계의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은 민간이 접근하기 힘든 학교태양광 사업만 추진하겠다며 업계의 불만을 진화했다. 그러나 해당 법인은 최근 당초 설립목적인 학교 뿐 아니라 군부대, 공장지붕, 지자체 청사 등 다양한 소규모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태양광 사업자들의 쓴 소리를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재생에너지 업계는 SPC를 설립해 변칙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한전의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참여 역시 당초 계획되지도 않은 800MW를 계통권한을 무기 삼아 확보한 사례로 꼽고 있다.


앞으로 지자체가 주도하게 될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셈이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판국에 민간시장을 침해하는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되면 사업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이 어떻게 송배전망과 판매 사업을 독점한 한전을 이길 수 있겠는가”라며 “지자체 주도형 사업이 되면 한전의 이 같은 꼼수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력산업구조개편 등 전력시장이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 세계가 가는 와중에 이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가능한 건 코미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