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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더 멀리”…불붙은 차세대 배터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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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더 멀리”…불붙은 차세대 배터리 경쟁
22일 테슬라 주총서 배터리데이 개최 차세대 배터리 공개
배터리 3사 하이니켈 넘어 신기술 배터리 개발 박차
LG화학 업계 최초 리튬황 배터리 공개...리튬이온 대체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SK이노베이션 리튬메탈 연구 중
게시 : 2020년 09월 10일(목) 16:29
LG화학이 테스트 비행에 성공한 리튬황 배터리 제품.
세계 배터리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3총사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3사가 채택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현존 최고 성능의 배터리로 평가받고 있지만 성능 개선에 물리적 한계가 있어 에너지 소모가 빠른 자율주행이나 대용량의 에너지가 필요한 트럭, 선박, 항공기 등의 모빌리티에는 부적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배터리 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테슬라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테슬라는 오는 22일 주총과 함께 ‘배터리데이’ 행사를 열 예정인데 여기에서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계도 긴장하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
◆뜨거운 ‘하이니켈’ 경쟁
리튬이온배터리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의 4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극재는 주로 활물질로 채워지는데 국내 3사는 니켈(N), 코발트(C), 망간(M), 알루미늄(A)을 배합해 사용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NCM 활물질을, 삼성SDI는 NCA 활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활물질 중에서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용량이 커지고 안정성은 떨어진다. 니켈 비중을 최대한 높이면서도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으로 안정성을 보완해 줘야 하는데 이 기술을 ‘하이니켈’이라고 한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의 니켈 비중은 50~60%이며, 내년부터는 80~90%로 높아지는 ‘하이니켈’ 배터리가 본격화 된다. 에너지밀도로 보면 현 무게 기준 250Wh/kg, 부피 기준 550Wh/L 수준에서 하이니켈에서는 무게 기준 350Wh/kg, 부피 기준 800Wh/L까지 개선될 수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로는 1회 충전 기준 현 400km 수준에서 향후 700km까지 늘어날 수 있다.
LG화학이 중국 테슬라의 모델3에 제공하고 있는 배터리가 바로 니켈 비중이 80%인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비중)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내년 출시될 Gen.5(5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하이니켈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삼성SDI는 NCA 배터리로 BMW와 4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NCM811’ 배터리를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NCM9 반반(1/2 1/2)’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 배터리 제품.
◆2025년 이후는 차세대 배터리 시대
리튬이온배터리는 현존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그 수명은 2025년까지로 평가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버스, 트럭, 선박, 항공기 등 규모가 큰 모빌리티에는 적용이 힘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향후 몇 년 안에 상용화가 예상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일반 전기차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35~40% 가량 더 많아 자율주행 시대를 위해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이다.
3사 중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차세대 배터리로 개발 중인 리튬황 배터리의 테스트에 성공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의 태양광 비행체에 탑재해 일반항공기가 운항할 수 없는 고도 12~22km의 성층권에서 7시간을 안정적으로 출력하면서 비행했다. 영하 70도, 지상 대비 1/25 수준의 진공에 가까운 대기압 환경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리튬황배터리는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 에너지밀도를 1.5~2배 높일 수 있고 니켈,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LG화학은 이 배터리를 2025년 이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배터리 4대 구성요소 중 액체인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전환하면 구조적으로 단단해져 안전성을 대폭 높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설비를 덜 탑재해 그만큼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와 협력으로 전고체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는 요소기술 개발단계이다. 삼성SDI는 빠르면 2027년부터 전고체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리튬메탈 방식은 음극재에 흑연 대신 리튬금속을 사용한다. 리튬은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많아 에너지밀도가 리튬이온보다 2배 가량 높은 ℓ당 약 1000Wh 수준이다.
리튬메탈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음극표면에 리튬이 적체되는 덴드라이트(Dendrite)가 발생해 분리막을 통과하거나 훼손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덴트라이트는 금속 표면 어느 한 부분에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이다.
전도성 유리 분리막은 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억제해 리튬메탈을 안정화시킨다는 점에서 향후 상용화를 위한 핵심 소재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2월 미국 배터리 개발사인 폴리플러스와 리튬메탈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전도성 유리 분리막을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1년 하반기까지 전도성 유리 분리막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하고 리튬메탈배터리에 적용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소개한 인터넷 홈페이지의 배경 그림.
◆22일 테슬라 배터리데이 초미의 관심
전 세계의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가 9월 22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테슬라는 주주총회와 함께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하는 배터리데이 행사를 개최한다.
과연 테슬라가 어떤 배터리를 내놓을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현 배터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 충전시간, 원가에서 얼마나 개선된 점을 보일지가 핵심포인트이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1위인 CATL과 손잡고 100만마일(160만km) 운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다면 트럭 등 대형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고 중고가격 하락세도 막을 수 있다.
나노와이어 배터리를 선보일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이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배경화면으로 사용한 한 장의 사진에서 나온 것이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 사진이 나노와이어의 확대 모습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을 음극재에 적용하면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충방전 횟수도 대폭 늘릴 수 있다. LG화학도 이와 비슷한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포르쉐 타이칸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가 국내 배터리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전기차 시장을 앞당기고 연구개발을 자극시켜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를 훨씬 능가하는 배터리 기술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국내 업계에 미치는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테슬라 기술이 전기차 상용화를 앞당긴다면 그만큼 국내 업계도 이득을 볼 것이고 연구개발에서도 자극을 받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