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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인증제 도입했지만 코로나19 탓에 태양광 사업자 고민 깊어져

중국 등 해외 모듈은 배출량 검증 시험 어려워…입찰 가격 낮춰야 할 판

게시 : 2020년 08월 26일(수) 13:39

코로나19로 중국 등 해외 모듈 제품이 탄소인증제품 지정을 위한 탄소 배출량 시험을 받을 수 없어 중국산 모듈을 선택한 태양광 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인증제가 시행됐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중국산 모듈을 사용한 태양광 사업자는 소외되는 분위기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이르면 이달 말쯤 공고될 하반기 장기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평가항목에 탄소인증제품 사용여부에 따른 배점을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하반기 장기계약입찰에 앞서 국내 태양광 모듈 업체들의 탄소 배출량 검증신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의 경우 급작스런 탄소인증제 도입에 입찰에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산 등 해외 모듈을 사용한 태양광 사업자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탄소인증제품 지정을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생산공장 방문심사가 필수 과정으로 포함됐다. 정확한 탄소배출량 산출을 위해서다.

그러나 중국산 모듈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방문이 어려워져 공장 심사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실상 인증을 획득한 국내산 제품을 사용해야만 입찰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문제는 이미 중국산 모듈로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이다. 물품 구매비의 20% 가량을 이미 선납하고 발전소를 짓는 사업자들의 경우에는 이번 입찰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 대비 낮은 가격을 제출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소를 여럿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는 “계산해봤을 때 점수 1점당 1.3원에서 1.7원 정도 낮은 가격을 적어내야만 입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며 “중국산 모듈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2등급 제품과 3점의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약 5원 정도 낮은 점수를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정산과정에서 수익금에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탄소인증제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제도를 도입했다며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란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태양광 인버터 및 접속함 등 태양광 주요설비의 KS인증 의무화 제도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제품의 공장시험이 막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제품의 KS 인증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장심사를 받지 못했지만 KS 인증시험을 신청한 제품에 대해서는 RPS 설비 인정을 추진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공장심사가 보류된 제품에 대해서는 인증진행 확인서를 발급하고 인증설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탄소인증제의 경우 실제 결과물이 도출돼야 해 이 같은 확인서가 대안이 될 수 없는 만큼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당장 예측가능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아무런 대안 없이 제도부터 시행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인증제를 장기고정가격계약입찰에 도입한다는 공지를 빨리 했다면 사업자들이 설비 선택과정에서 충분히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너무 갑작스럽게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다보니 사업자들이 대처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 와서 계약금을 포기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탄소인증제: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모듈 제조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단위 출력당(1㎾) 온실가스 총량을 계량화(CO2·kg)한 것. 이를 바탕으로 제조 과정에서 적은 탄소를 사용한 제품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