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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RPS 시장, 패러다임 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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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RPS 시장, 패러다임 변하나

정부, 안정적인 거래 시장으로 사업자 유도 위한 고정가격계약 입찰 확대 나서

업계, 현물거래 벗어나 수익 안정 필요해…경쟁률 완화 등 선행조치 필요해

게시 : 2020년 04월 24일(금) 09:45


정부는 올 상반기 고정가격계약 입찰물량을 1200MW 수준으로 지난해 하반기 대비 2배 이상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시장 조성을 위한 신호를 업계에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도 정부 방침에 동의하며 불확실성 탈피에 힘쓰는 모양새다.

태양광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시장에 대한 태양광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지난달 공고한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다음달 말쯤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불확실성 높아진 현물거래 떠나 안정적 고정가격계약으로 사업자 유인= 이번 입찰에서 신재생에너지센터는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6개 공급의무자에 각 200MW씩 총 1200MW를 선정해줄 것을 의뢰했다. 지난해 하반기 의뢰용량은 500MW 수준이었다.

2배 이상 고정가격계약 물량을 확대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이번 입찰과 관련 안정적인 고정가격계약 시장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이다. 당초 RPS 시장의 설계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현물시장이 커져 버린 태양광 산업계를 바로잡기 위한 일종의 신호라는 얘기다.

정부에 따르면 RPS 시장에서 REC 현물거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다.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당초 정부가 RPS 시장을 설계하며 계획한 현물거래시장의 비중은 2% 수준이다. 공급의무사들이 고정가격계약을 통해 의무할당량 대부분을 충당하고 미처 채우지 못한 의무량을 현물거래를 통해 마무리하는 형태의 시장을 계획한 것.

그러나 시장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RPS 초기시장에서 공급 REC 부족으로 인해 REC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의 관심이 저렴한 고정가격계약보다 그때그때 거래가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현물시장으로 쏠리게 된 이유다.

태양광 발전은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주목받았다. 시간이 지나며 재생에너지 설비 공급이 늘어나고, REC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7년 1분기 261MW 정도 발급된 국내 태양광 REC는 2020년 1분기 중 1162MW로 크게 성장했다.

반면 2017년 REC당 12만3000원이었던 REC 현물시장의 평균가격은 지난 3월 2만9900원으로 75%가량 폭락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정부와 청와대 등을 찾아 REC 가격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최근 마이너스 국제유가 사태는 사업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REC와 더불어 계통한계가격(SMP)까지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태양광으로 인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입찰은 안정적인 시장으로 사업자들이 갈아탈 수 있는 문턱을 크게 낮추는 방안이 됐다.

신재생에너지센터 한 관계자는 “이번 국제유가 사태에서 보듯 REC 현물거래는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시장”이라며 “태양광 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물거래보다 SMP와 REC가 좀 떨어지더라도 당초 계약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고정가격계약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 시장 조성 동의하지만 경쟁률 완화 등 선행돼야= 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방향에 일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끝없이 추락하는 REC 가격에 고심해 온 사업자들에게 금액이 크지 않아도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는 고정가격계약 시장의 안정성은 충분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의 경쟁률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와 정부의 말을 종합할 때 에너지공단이 지난달 실시한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공고 결과 100kW 미만은 3대 1 내외, 100kW 이상부터 1000kW 미만 설비는 7대 1, 1000kW 이상은 3대 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정부는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용량을 예년 대비 큰 폭으로 늘린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경쟁률 탓에 평균 경쟁률이 4.3대 1 수준이라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여전히 고정가격계약에 진입할 수 있는 태양광 사업자는 4곳 중 1곳에 불과하다는 것. 정부가 사업자들을 고정가격계약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이 충분한 용량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3년이라는 REC의 유효기간으로 인해 고정가격계약 시장에서 발생하는 태양광 사업자들의 출혈경쟁이라는 부작용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3년이 지나면 무효화되는 REC 유효기간 탓에 일단은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팔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려 사업자들이 최저가 경쟁을 하고 있다고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해마다 거래가격을 반영한 상‧하한선을 정해 보다 건전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